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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속에 밝게 빛나는 눈, 올빼미

by 토리슈 2023. 3. 4.

출처 : 영화 '올빼미' 포스터

[눈앞에 펼쳐지는 잔혹한 현실]

영화 ‘올빼미’는 궁중 미스터리 장르로 인조와 소현세자의 죽음과 관련된 역사적 사실에 가상의 이야기를 첨가한 팩션(Fact+Fiction) 영화다. 영화 속 ’경수‘는 앞을 볼 수 없는 맹인이지만 뛰어난 침술 실력을 지녔다. 어느 날 왕궁에서 출중한 실력의 어의를 뽑고 있었고, 왕궁의 어의 ’이형익‘에게 침술을 인정받아 궁으로 들어간다. 아픈 동생과 생계를 책임지기 위해, 궁에 들어가 의술을 배우고 앞이 보이지 않아 무시하는 다른 어의들 속에서 꿋꿋하게 궁 생활을 한다. 그 무렵, 청의 인질로 끌려갔던 ’소현세자‘가 귀국하고, 왕 ’인조‘는 반가움도 잠시 불안감에 휩싸인다. 경수는 앞을 볼 수 없는 맹인이지만, 빛이 없는 어둠 속에서는 희미하게 시력이 되돌아왔는데 소현세자의 죽음을 목격한다. 단순한 죽음이 아닌 살인의 장면이었다. 자신의 침술을 인정해 주고, 편견 없이 자신을 대해주던 소현세자의 모습이 겹쳐지며 경수는 진실을 알려야겠다고 마음먹는다. 하지만, 궁 밖에 있는 자신의 동생이 위험해질 수 있었고, 어둠 속에서 앞을 볼 수 있다는 사실을 아무도 몰랐기에 소현세자의 살인 현장에 대해 침묵하기로 한다. 하지만 소현세자의 어린 아들이 경수의 마음을 흔들었고, 사실을 밝히려는 찰나 더 큰 비밀과 음모가 드러난다. 소현세자의 죽음에 관련된 인물들의 소름 끼치는 민낯이 서서히 드러난다. 어둠 속에서 목격한 그날의 진실은 무엇일까.

[보이는 것과 보지 않는 것]

불빛이 없는 밤에만 앞을 볼 수 있는 ‘주맹증‘을 앓고 있는 인물 ‘경수’를 중심으로 소현세자의 죽음과 관련된 진실에 다가가는 촘촘한 구성으로 호평을 받았다.   영화에서 한 번도 쓰이지 않았던 주맹증을 앓는 인물을 두어, 낮에는 볼 수 없고 캄캄한 밤에만 드러나는 진실들이 더욱 강렬하게 다가온다. 보통 사람에게는 잘 보이지 않는 푸른 어둠 속에 주인공 경수는 소현세자의 죽음을 목격하고, 진실을 향해 나아가는 스토리의 흐름이 긴장감 있게 흘러간다. 올곧은 것을 보고, 올곧게 행동하는 경수가 소현세자의 살인에 대한 진실을 밝히고자 하지만 ‘미천한 자는 보아도 못 본 척해야 한다.’라는 그의 대사처럼 아픈 동생을 위해 본인이 목격자라는 사실을 숨긴다. 영화 제목 ‘올빼미’는 밤에만 빛나는 눈으로 사냥을 하고 살아가는 올빼미처럼 어둠 속에서 모든 것을 목격한 경수를 의미하는 제목이다. 영화 내내 시퍼런 어둠 속 장면이 많이 등장하게 되는데, 제한적인 시야 속에서 극 중 인물들의 긴장감과 섬세한 감정들이 오히려 돋보이는 연출이었다. 마치 내가 주맹증을 앓는 사람처럼 명확하게 보이지 않는 시각적 연출, 그와 대조되는 미세한 청각적 요소들이 더해져 온몸의 감각들이 예민해지는 느낌이 든다. 영화 ‘올빼미’는 전체적으로 촘촘하게 다진 구성과 사운드 연출에 대한 호평이 많았다. 영화를 보다 보면 약재를 다듬는 소리, 사람들의 발소리, 침을 꺼내 시침하는 소리 등 작지만 엄청 세밀하고 정확하게 전달되는데, 앞이 보이지 않는 경수가 받아들이는 뛰어난 청각적 요소를 연출하기 위함이다. 영화 장면 중 작은 홈에 살인의 도구로 쓰인 침 하나가 끼어 경수가 빼내는 장면이 있는데, 손 끝으로 아슬아슬하게 침을 꺼내려는 소리마저 디테일하게 담겨있다. 영화 ‘올빼미’는 마치 관객에게 경수가 되어 현장에 있는 듯한 연출이 돋보인다.

[아직도 밝혀지지 않은 그 날의 진실]

영화 ‘올빼미’의 기반이 되는 소현세자의 죽음에 관해 실제 과거 기록에도 의견이 분분하다. 조선왕조실록에 따르면 “세자는 본국에 돌아온 지 얼마 안 되어 병을 얻었고, 병이 난 지 수일 만에 죽었는데, 온몸이 전부 검은빛이었고, 이목구비의 일곱 구멍에서는 모두 선혈이 흘러나오므로… 곁에 있는 사람도 그 얼굴빛이 분변 할 수 없어서 마치 약물에 중독되어 죽은 사람과 같았다.”라고 기록되어 있다. 해당 기록을 토대로 죽은 소현세자의 모습에서 소현세자의 죽음을 둘러싸고 독살이 유력하다고 보고 있다. 이런 사실을 기반으로 영화는 밤에만 볼 수 있는 경수로 소현세자의 죽음에 대해 픽션을 더해 만들어졌다. 소현세자의 독살설에 주모자로 소현세자의 ‘부’인 인조를 의심하는 이유는 소현세자를 치료했던 어의를 전혀 국문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신하들이 국문할 것을 건의했으나 의원들의 신중함을 거론하며 국문을 거부했다고 한다. 그리고 왕위 계승은 적자가 계승하는 것이 순리이기 때문에 소현세자의 아들을 왕위로 책봉하는 것이 원칙이나, 인조는 자신의 둘째 아들인 봉림대군을 세자로 앉힌다. 그리고 소현세자의 세자빈과 원손은 이후 모두 인조에게 죽는다. 이러한 이유로 소현세자의 독살설에 무게를 싫고 있지만, 독살설 이외 새로운 의견들이 나오고 있다. 소현세자는 조선으로 돌아오기 전 청나라에 있을 때 이미 병을 얻었고 본국 한 후 죽었다는 것이다. 승정원일기에 의하면 소현세자는 청나라의 인질이 되어 청나라로 향하기 전부터 이미 질병에 걸린 상태였고, 청나라의 추운 날씨에 무방비로 노출되어 병세가 심해졌다는 것이다. 이 같은 승정원일기의 기록을 살펴보면 소현세자는 환경적 요인과 인질로서 양국의 갈등의 중심에 있어야만 했던 심리적 요인이 질병을 키워 사망했다고 결론 내릴 수 있다. 아직 밝혀지지 않은 사실이기에 영화에서의 가상의 내용이 흥미진진하게 다가온다.  

 
올빼미
맹인이지만 뛰어난 침술 실력을 지닌 ‘경수’는 어의 ‘이형익’에게 그 재주를 인정받아 궁으로 들어간다. 그 무렵, 청에 인질로 끌려갔던 ‘소현세자’가 8년 만에 귀국하고, ‘인조’는 아들을 향한 반가움도 잠시 정체 모를 불안감에 휩싸인다. 그러던 어느 밤, 어둠 속에서는 희미하게 볼 수 있는 ‘경수’가 ‘소현세자’의 죽음을 목격하게 되고 진실을 알리려는 찰나 더 큰 비밀과 음모가 드러나며 목숨마저 위태로운 상황에 빠진다.아들의 죽음 후 ‘인조’의 불안감은 광기로 변하여 폭주하기 시작하고세자의 죽음을 목격한 ‘경수’로 인해 관련된 인물들의 민낯이 서서히 드러나게 되는데...
평점
8.8 (2022.11.23 개봉)
감독
안태진
출연
류준열, 유해진, 최무성, 조성하, 박명훈, 김성철, 안은진, 조윤서, 이주원, 김예은, 정석원, 안성봉, 김채원, 류성현, 김승태, 김상욱, 고한민, 노정현, 안지안, 온유리